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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_사회적시점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 그리고 결과 (fact.일본 평화협상은 없다 선언)

by 쟁이님 2020. 10. 22.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 그리고 결과 (fact.일본 평화협상은 없다 선언)

 

 

7월 초,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가 있었습니다.

1월, 푸틴 대통령의 개헌 필요성 언급 후 4월 22일로 예정되었던 것이 C19로 인해 미뤄진 것인데요

투표 결과는 전체투표율 67.97% 중 77.92%가 찬성.

21.2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과반이 넘는 국민이 찬성하면서 즉시 러시아 헌법 133개 조항 중 개정된 46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따라서 푸틴 대통령은 2036년 84세까지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구 러시아 헌법이 대통령직 '3연임'을 금지하여 2012년과 2018년 연임한 바 있는 푸틴으로서는 2024년 대선을 포기해야 했지만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특별 조항이 푸틴의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민 투표는 푸틴대통령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 투표는 굳이 할 필요가 없던 것이었습니다.

 

 

 

 

러시아 구 헌법에 따르면 헌법 1장, 2장, 9장에 관련된 것을 개정할 때는 국민 투표를 필수 절차로 규정했지만 그 외 조항에 대해선 국민투표 없이 국회 2/3 찬성으로 손 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번 건도 이미 3월 11일, 상하원에서 승인된 터라 국민의 의사를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요.

그런점에서 볼 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일을 진행한 것은 향후 권력 강화와 여론 안정을 위해 국민의 지지를 만천하에 명명백백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 됩니다.

 

러시아 연방 공산당, 인민 자유 정당, 통합 민주당 등 야권도 국민투표를 사실상 푸틴 인기 투표라 보고 보이콧 캠페인을 벌였습니다만 허나 현시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불참을 독려한 것이 오히려 찬성 비율을 높여 푸틴에게 득이 됐다는 것이죠.

러시아 정부는 1740억원 규모의 상금과 아파트 10채, 스마트폰, 자동차 경품까지 준비하여 지지자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는데 비지지자들은 보이콧 운동으로 투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찬성표 비중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77.92%라는 높은 수치는 외신에서도 푸틴의 인기가 숫자로 나타난 것이라 평가할 정도입니다.

 

 

 

 

 

SNS에서는 보이콧 캠페인을 벌인 인물 중 한 명이자, 오래간 푸틴 정권을 비판해 온 미래 러시아 당 대표, 반부패 재단 설립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알렉세이는 "일어나니 푸틴 '제로화'에 78%가 찬성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짜선거로 기록된 2018년 대선 때(76%)보다 훨씬 큰 수치다. 발표 된 결과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라고 적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나왔고 비지지자들의 반대표가 다수 빠졌으니, 국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러시아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쇼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깨끗한 양심으로 일어난 것이 중요합니다. 고마워요 나발니!"

"왜 가짜선거라는 거죠? 결국, 당신이 캠페인 한대로 당신의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아니면 당신, 정말 크렘린을 위해 일합니까?"
"나는 러시아가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푸틴 치하에서 크림 반도가 돌아왔고 루간스크 인민공화국과 도간스크 인민공화국이 러시아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푸틴 지배하에 서부가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겁니다. 미래를 위하여."

등등

 

- 야권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약 일주일간이나 투표가 진행되는 바람에 독립 참관인의 원활한 참관이 이루어지지 않은점,

- 전화 투표도 있었다는 점,

- 일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었다는 점,

- 또 일부지역에서는 무려 투표율이 100%를 달성했다는 점

을 들어 이번 투표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서방 사회에서도 개정 러시아 헌법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개정안 중 러시아 헌법이 국제법을 대신할 것이라는 조항이 있어 러시아 헌법과 국제 기구의 결정이 충돌할 경우 국제기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명문화했기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가 서방 민주 질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 중인데요.

 

일본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조문이 있어 정치가에서 불편한 기색이 감지됩니다.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 중인 쿠릴열도 네 개 섬에 관하여 '국경 획정 외에는 영토 활양을 위한 행위나 요청을 허락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으로서는 그간 수차례 협상을 거쳐 남쿠릴열도에서 공동경제활동을 약속하는 데 까지 관계를 발전시켰는데 러시아가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토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2차 대전 평화협정 체결조차 소원하게 되었습니다.

 

러일 적대 관계 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기에 예전처럼 또 망언을 내뱉다가는 2011년의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는데요.

당시 러시아는 해폭격은 물론 수소폭탄 투하 이력까지 보유한 TU-95 전폭기를 일본 영토 한바퀴 선회시킨 바 있습니다.

열도를 공포에 떨게 한 무력시위라 기록됐죠.

 

당시 아베총리는 후쿠시마 시찰 중이었는데 그 시간에 맞춰 후쿠시마 인근 영공을 통과하는 위협을 가했고, 영토 분쟁의 중심지인 쿠릴 네 개 섬 위에서 공중 급유를 받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실효지배를 주장하며 고유 영토임을 말하는데, 반대로 독도, 쿠릴열도에 대해선 한국과 러시아의 실효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헌법 개정으로 일본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인데 고립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국제법까지 무시하겠다는 러시아 헌법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됩니다.